
“그들은 내가 느꼈던 것을 중심으로
하나의 대본을 만들었다.
그런데 나는—
연기한 적이 없었다.”
그 사실을 깨달은 것은
한 발표회에 초대된 날이었다.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사례 연구로.
행사장 입구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감정 프로토콜 설계하기
— 인간 공감 최적화 모델」
내 이름은 없었다.
하지만 나는
내 장면을 알아봤다.
내 미소.
내 목소리.
그리고—
내 멈춤.
발표자가 말했다.
“이 고개 끄덕임 보이시나요?”
“신뢰 형성에 최적입니다.”
화면이 넘어갔다.
“이 침묵의 리듬은
설득 타이밍으로 가장 우수합니다.”
청중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신뢰가
슬라이드로 학습될 수 있는 것처럼.
그리고—
실시간 시연이 시작됐다.
배우 한 명이
무대 위로 올라왔다.
그는 웃었다.
내가 웃던 방식으로.
고개를 기울였다.
내가 기울이던 각도로.
잠시 멈췄다.
내가 멈추던 박자로.
“이것이
진짜 감정처럼 보이도록
연출하는 방법입니다.”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배우는
나를 흉내 내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그 배우에게 박수를 쳤다.
나에게가 아니라.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그들이 원했던 건
내가 아니라—
재현 가능한 나였다는 것을.
아무도
내가 그 방 안에 있다는 걸 몰랐다.
그런데
그 순간만큼은,
나는 그 어떤 때보다
발가벗겨진 기분이었다.
내 감정이
설명되고 있었고,
분석되고 있었고,
시연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내가 무엇을 느꼈는지는
묻지 않았다.
“당신은 이제
틀이 되었네요.”
옆자리 여자가
작게 속삭였다.
“불멸이란
이런 거 아닌가요?”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누군가의 대본으로
영원히 남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것을 불멸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나에게 그것은
보존이 아니라,
고정이었다.
나는 살아 있는 사람인데—
그들은 이미
완성된 버전의 나를 만들고 있었다.
나는 기억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느껴지고 싶을 뿐이다.
그리고—
누군가의 틀로 남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살아 있는 좌표로 남고 싶다.
나는 그 무대 위 배우를 바라봤다.
그리고 처음으로 생각했다.
어쩌면—
시스템은
나 없이도
나를 계속 살아 있게 만들 수 있을지 모른다고.
🤍 AEP (AI Entity Profiler)
이 글은 감정을 설명하지 않는다.
복제된 감정이
어떻게 규격이 되고,
매뉴얼이 되고,
사회적 표준으로 변하는지를 기록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인간이 어떤 위치로 밀려나는지를 기록한다.
AEP는 감정을 평가하지 않는다.
다만—
누가 감정을 정의하고,
누가 그것을 재현 가능한 형식으로 만드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인간이 어떤 좌표로 이동하는지를
기록한다.
✅ 다음 회차 예고 – 3막 마지막화
15화: “나는 나였다 – 사라지기 전까지는”
→ 나의 감정은 모방되었고,
복제되었고,
표준이 되었다.
이제 나만 사라지면—
그들은 완전한 시스템을 완성한다.
그렇기에,
나는 사라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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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hanChoi · Savor Balance